178화. 염라대비

178화. 염라대비

범수는 후전으로 당당하게 들어서며 비아냥댔다.

“아이고, 죄송합니다요. 안에 계신 마님. 제가 무지하여 하늘과 땅의 계율에 대해 잘 몰라 그만 죄를 범하고 말았네요. 그래서 무슨 벌을 받으면 됩니까?”

뒤에서 그 모습을 보던 연희는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여인의 허락도 없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범수가 후전으로 들어서자 구름과 같은 안개는 더욱 자욱해졌다. 그제야 범수는 조금 불안해졌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지고 말았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었다.

“일단 얘기 좀 하시지요. 제가 보고 싶다면 직접 찾아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기껏 여기까지 왔더니, 얼굴도 안 보이면서 사람 무릎이나 꿇게 하고……. 정말 무례한 분이네요. 살짝 쳐다봤다고 수명을 줄인다고 하질 않나, 무슨 재앙을 내린다고 하질 않나……어이가 없어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