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화. 무명귀
‘겉으로는 무식하게 힘만 센 줄 알았는데 이토록 모든 사정을 꿰차고 있을 줄이야…….’
무상은 이 기회를 통해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려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 닥쳐올 재앙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어떤가? 충분히 생각은 해보았나? 자네는 똑똑한 사람이니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했을 거라 생각하네만?”
범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무슨 말인지는 잘 알아들었어. 대신 나도 조건이 하나 있는데, 들어줄 수 있어?”
무상이 사악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자네가 내 조건을 들어준다면 나도 자네의 조건을 들어줄 수밖에 없겠지. 나라고 인간 세상에 닥칠 재앙을 보고 싶어 할 거라 생각한 겐가? 나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이 그저 도시가 황폐해져가고 인간들이 모두 죽어나가고 또 지옥에 있던 괴수들이 사방을 활개 치며 다니는 모습을 굳이 봐야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