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서장(序章)
현대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하나인 소진(蕭振)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을 만한 정보를 얻은 건 서기 2012년의 일이었다.
그는 어느 오래된 옥간(玉簡)에서 세상을 발칵 뒤집을 정도의 정보를 얻게 되었다.
소진은 어느 오래된 옥간(玉簡)에서 발견한 이 정보들을 정리해 논문으로 발표했고, 이후 예상대로 전 세계가 술렁거렸다.
논문에서 공개된 옥간의 내용인즉, 바로 수십억 년 역사를 가진 지구에 한때 아주 오래된 문명이 존재했다고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구의 역사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태양계 전체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눈부신 과거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찬란했던 그 문명은 수천만 년 전에 일어난 커다란 재앙으로 인해 종말을 맞고 말았다.
그 재앙은 아마도 지구의 공룡을 멸종시킨 바로 그 사건을 뜻하는 듯했지만, 진실은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다.
소진이 해독한 정보에 따르면, 한때 호한무강(浩瀚無疆)했던 세계는 그 일련의 재앙이 일어난 후 봉인되어버렸으며, 당시의 눈부신 나날을 증명할 수 있는 약간의 증거는 어느 외롭고 피폐한 별 하나에 생명의 불씨와 함께 남아 이어지고 있다 했다.
다만 그 증거는 매우 깊숙이 숨겨져 있었던 데다 극히 난해한 상고의 문자로 기록돼 있어서, 먼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것을 해독해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극소수의 사람들은 대부분 역사에 위대한 이름을 남겼으며, 세상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만큼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면 고대 중국의 삼황오제(三皇五帝)라든가 춘추전국시대의 공자와 맹자, 노자 등의 학자들, 혹은 서양의 선현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등이 바로 그러했다.
그러나 근대에 가까워질수록 이토록 신비로운 빛으로 찬연히 반짝이는 인물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상고의 기록을 해독하고 응용함으로써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친 자는 니콜라 테슬라가 마지막이 되었다.
또한 세기말에 이르러서는 말세의 특징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졌는데, 이는 그저 가볍게 한 귀로 듣고 흘려 넘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무신론자는 갈수록 늘어났고, 그렇게 믿음을 잃은 사람들의 불안과 폭력성은 점점 커져갔다. 결국 사람들은 이 세상에 대해, 천지 만물에 대해 본래 지니고 있던 경외심마저 잃어버리게 되고 말았다.
그래서 소진이 옥간에서 얻은 정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을 때, 온 세상에서 격렬한 논쟁이 일었다.
소진의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은 그의 논문을 성서처럼 받들었다. 반면 믿지 않는 사람들은 코웃음을 치며 논문의 견해를 죄다 무시해버렸다.
심지어 꽤 많은 수의 저명한 학자가 소진을 가리켜, 옛날 미신이나 퍼뜨려서 국민의 마음을 현혹시키고 국가에 재앙을 가져오는 자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로 인해 소진은 당시 국제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명망 있는 과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침묵하는 쪽을 택했다.
이후 소진은 전 재산을 털어 홀로 진실을 찾기 위한 험로를 걷기 시작했는데, 그 세월은 자그마치 12년에 달했다.
당시 소진을 지지하던 사람들조차 그의 이런 행동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물며 반대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 소진을 미친 사람 취급하며 비웃었다.
허무맹랑한 단서 하나 때문에 자신이 누려온 명성과 지위를 버리고 홀로 선(仙)을 구하는 길에 나서다니, 세간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너무 한심한 짓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소진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도 점차 잊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대로 생활하며 일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 한때 소진의 논문을 열광적으로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를 언급하면서 한숨을 짓는 게 고작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서기 2024년이 되었다.
그동안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거의 잊혔던 대과학자가 어느 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소진은 12년 동안이나 글을 올리지 않았던 자신의 개인 매체를 통해 갑자기 한 가지 소식을 발표했다. 그가 올린 내용은 단 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세계는, 나로 인해서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미처 당혹감을 드러내거나 비웃을 새도 없이, 세계는 그의 말대로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게다가 그 변화의 순간을 직접 겪은 사람들 중에서도, 그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신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후로 사람들은 결국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기존의 인생관과 가치관, 세계관이 완전히 뒤집혀버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날 소진은 자극(磁極) 봉인을 열어 지구의 자기장을 순식간에 역전시켰다. 이로 인해 대량의 영기(靈氣)가 사방에서 광풍처럼 밀려들면서, 전 세계가 상고의 수진(修眞) 문명이 찬란히 빛나던 그 시절과 같은 상태로 단번에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한편 이 같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로 인해, 오랫동안 은거해온 옛 문파와 가문들도 자신들의 흔적을 외부에 노출하고 말았다.
그제야 세상 사람들은 지금까지 이 세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자신들의 생각이, 그저 착각에 불과할 뿐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