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화. 내가 직접 할게요 (1)
궁근묵이 자신에게 호의로 화답할 줄은 몰랐던 주선이 입꼬리를 올리고 씩 웃었다. 선원 사람들은 궁근묵이 타고나길 무정하고 의리가 없으며 자존심이 높고 고고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비록 궁근묵을 많이 접해 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궁근묵의 본래 성격을 조금은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궁근묵이 고고하고 자존심이 높다는 말은 조금도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신경을 쓸 뿐이었다. 그가 박정하고 의리가 없다고? 하하. 염홍 대륙에 있을 때 당염원에게 보였던 궁근묵의 감정을 똑똑히 보지 않았는가?
하지만 궁근묵은 포부가 너무 컸고, 집념이 너무 깊었다. 이런 사람은 정상에 서기 전까지는 남녀 간의 사사로운 정에 발목 잡히지 않는 법이었다. 또한 한가하게 떠도는 구름과 자유롭게 노니는 학처럼 평범한 삶을 살지도 않을 거였다. 설령 그가 그렇게 살게 된다고 해도 그건 걸어 다니는 시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의 영혼은 결코 그러한 평온과 타협할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