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화. 정의 주문 (4)

124화. 정의 주문 (4)

사릉고홍은 눈만 살짝 들고 고여가를 보았다. 그 모습에 고여가는 자신이 알아맞혔다는 걸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보통의 여인이라면 이런 대접을 받아도 처음에만 애정이라고 생각하지, 시간이 오래 지나면 대개 상대를 의심하고 싫증을 내곤 했다.

사릉고홍이 나지막이 말했다.

“원이가 좋아하는 건 빼앗아서라도 주고, 먹고 싶어 하는 건 만들어 줬습니다. 원이가 하는 말은 모두 옳으니까.”

고여가는 이런 사릉고홍의 모습이 웃기기도 했고, 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짙은 기쁨과 부드러움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정말 사랑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랑을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때 묻지 않은 진심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좋은 것이라면 모두 당염원에게 주고자 했다. 그저 당염원에게 잘해 주고 싶어서 잘해 주었다. 그 속에 어떠한 이기심도, 욕망도 표출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일방적으로 잘해 주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성장하면서 그녀를 이해했다. 그녀에게 맞춰 주며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