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고홍의 아이 (1)

77화. 고홍의 아이 (1)

“고홍.”

그때 들려온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에 가득 찬 무거운 분위기를 한순간에 깨뜨렸다. 궁근묵과 사릉고홍이 고개를 돌려 보니 이 사건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는 당염원이 다가오고 있었다.

당염원이 발을 내딛는 수면은 마치 평지 같았다. 흰 가죽신발에는 물 한 방울도 묻지 않았으며 수면 역시 여전히 고요했다. 궁근묵은 놀란 눈으로 다가오는 당염원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오기 위해선 엄청난 신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원력을 정교하게 통제할 줄 알아야 했다. 그의 기억 속 당염원은 항상 병약하고 창백했으며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듯 가녀린 아름다움을 가져 비현실적인 허무감을 느끼게 하는 여인이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의 당염원은 환상적인 미모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어제 그는 당염원이 제 입으로 말하기 전까지 그녀가 당염원인지 알아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