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9화. 네가 감히 우리 아버지를 모욕해?
사릉고홍이 정말로 원한다면 사릉무사를 속이고 그가 지니고 있는 류선화구를 모두 빼앗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사릉무사가 류선화구에 속한 화필을 가지고 당염원에게 한껏 솜씨를 뽐냈다. 그러니 만약 그가 사릉무사를 속여 그것을 돌려받는다면 분명 당염원도 그 사실을 알게 될 거였다. 그는 당염원이 자신을 아들의 선물이나 빼앗는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걸 원치 않았다. 비록 이 선물을 준비한 게 사릉고홍 그 자신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물건의 사용 측면에선 사릉무사가 선봉을 차지했다.
당염원을 놀라게 해 주고 싶어 미리 알리지 않은 그의 잘못이었다.
사릉고홍은 눈앞에 있는 사릉무사를 위아래로 흘겨보았다. 먹물이 채워진 깊은 연못 같은 그의 눈동자에 달빛을 받은 파도가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