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일장춘몽 (2)
사릉귀안이 눈을 번쩍 뜨자 익숙한 보라색 침상 휘장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은 온통 고요했고 오로지 그의 거친 숨소리와 심장박동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후…….”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굳어 있던 몸에 힘을 풀었다. 그리고 천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몸을 덮은 얇은 이불을 걷어내고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니 아래쪽에 무언가 높이 솟아올라 있었고, 옷이 무언가에 젖어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명확해 애써 부정을 할 수도 없었다.
“하하…… 하하하하!”
사릉귀안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한참을 소리 내어 웃었다. 비웃음은 점차 쾌락의 웃음으로, 더 나아가 정말 이 상황이 웃겨서 나오는 웃음으로 변했다.
몽정을 하다니!
사릉귀안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느낀 격렬한 흥분은 지금껏 현실에서 전혀 느껴 보지 못한 것이었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에도 한동안은 그 흥분에 젖어 빠져나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