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4화. 살아 있는 얼음 조각
월흔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릉고홍도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찬합이 들려 있었다.
“주인님.”
설진의 목소리였다.
사릉고홍은 그를 무시하고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러나 설진은 사릉고홍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설진의 그림자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침 식사는 당염원이 미리 주문해 놓은 소박한 음식들로 차려졌다. 두 사람은 주변의 기이한, 혹은 충격받은 시선을 무시한 채 평소처럼 식사를 즐겼다.
불과 방금 전에 월흔이 찾아왔다. 그 결과 두 사람이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없었던 일 같았다.
당염원은 그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건 사릉고홍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들 눈에 두 사람의 죽음은 당염원의 손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을 때조차 사릉고홍의 마음은 당염원을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누가 당염원을 찾아왔는지, 또 그녀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 그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