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3화. 월흔(月痕)

643화. 월흔(月痕)

아직 날은 일렀지만 주루 안에는 여전히 사람이 적지 않았다. 어제부터 떠나지 않고 이곳에 머문 사람이건 새로 온 사람이건, 모두가 사릉고홍의 말을 듣자마자 멍해지고 말았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사내가 직접 아침 식사를 준비하러 간다고?

이곳은 주루였으니 말 한마디면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사내가 되어 직접 요리를 하는 건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알고 보니 부인의 노예였군!

천계에서는 어떤 사내건 스스로 부인의 노예가 되기를 자처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이는 체면이 땅에 떨어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염원과 사릉고홍은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아마 알았어도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사릉고홍은 떠나기 전 그늘진 구석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의 형상이 떠나자 그가 쳐다보았던 곳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말 그대로 나풀거리듯 날아와 당염원의 곁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