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화. 모욕을 당한 사릉고홍 (2)
원희요의 주위에는 그의 절친한 벗들이 있었다. 그들은 지금의 일이 오롯이 원희요의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눈에 원희요는 단지 마음속 상처가 건드려져 자기도 모르게 그만 말을 해 버렸을 뿐이었다. 여인의 날카로운 질책에 원희요의 벗들은 곧바로 그의 곁에 서서 곱지 못한 시선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여기는 조상집이오.”
그때 얼음 빛의 푸른색 비단옷을 입은 직계 제자 한 명이 냉담하게 말하며 이들을 안정시켰다. 사릉고홍을 쳐다보는 그의 표정은 다소 보기 좋지 않았다. 그는 턱을 가볍게 치켜들고 거만하고 경멸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원가의 전승지에서 사고가 난 건 맞소. 그러나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아무도 모르오. 당염원이 벌인 일인 건지도 아무도 모르지. 한데 당신이 그걸 안다 한들 뭘 어쩌려고 그러지? 여인 치마폭에 놀아나는 사내라니. 사내다운 기개는 하나도 없고 여인의 시중이나 들 줄 알고……. 나는 정말 당신이 사내라는 것이 수치스럽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