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9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구 포악한 짓을 하다 (4)
사릉고홍의 가슴에 기댄 당염원이 담담한 눈빛으로 모용응진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너를 죽이진 않을 거야.”
삿갓을 쓰고 있는 모용응진의 딱딱하게 경직되었던 몸이 갑자기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 모습은 마치 어떻게 해도 멈출 수 없는 주사위 같았다. 삿갓으로 가린 돼지머리 같은 얼굴은 이미 무섭게 일그러졌다. 그 안에는 두려움, 분노, 광기, 공포…… 수많은 감정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당염원이 이 말을 한 의미를 알고 있었다. 이는 당염원이 인자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것이야말로 당염원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 주는 예였다.
당염원의 눈동자는 맑고 담담했다.
예전에도 당염원은 그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진지하게 자신의 다짐을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