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벽해원 나들이 (1)
백려가 난폭하게 발을 휘두르자 비단함이 깨지면서 열렸다. 그 안에는 화려한 붉은 비단으로 엮은 모란꽃이 들어 있었다. 이 모란꽃은 상당히 정교하게 만들어졌고, 아름답고 선명한 색깔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비단도 최고급 운사여서 바람이 불지 않아도 가볍게 살랑거리는 게, 마치 살아 있는 진짜 모란꽃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백려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죽일 듯이 모란꽃을 노려보았다. 바로 다음 순간 발톱을 높게 쳐들었다.
그러자 뱀 괴물이 아무렇지 않게 쉬잇하며 울었다.
[이건 주인님이 특별히 너에게 주는 건데.]
그 말을 듣고 백려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차마 발톱을 휘두를 수가 없었다. 뱀 괴물은 다시 한번 자신의 목에 달린 옥방울을 흔들어 소리를 냈다. 그때 뱀의 표정은 꽤나 흉악했다.
[이 뱀왕이 차고 있는 것도 괜찮지 않아? 그렇게 기쁘게 웃더니, 이젠 너의 것도 생겼어! 어디 한 번 더 웃어 보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