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화. 천아와 소설 (2)
이렇게 생각한 정우상은 천천히 냉정을 되찾았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무례를 범했네요.”
자리에서 일어난 정우상이 사릉고홍과 당염원을 향해 말했다.
당염원과 사릉고홍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떠나고 싶지 않았던 정우상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영화감독 정우상이라고 합니다. 두 분의 외모와 분위기가 장장 이 년 가까이 저를 괴롭혔던 영화 속 캐릭터와 너무 잘 맞아떨어져서 순간 흥분한 나머지 그런 추태를 부리고 말았습니다.”
“정우상? 정우상…….”
너무 낯익은 이름이라고 생각한 묘향첨이 몇 번이나 그 이름을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고 흥분하며 외쳤다.
“그럼 그쪽이 그 《쌍생(雙生)》의 감독이세요?”
정우상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욱 흥분한 표정이 된 묘향첨은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그녀는 지금 이곳에 손님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자신이 방금 그렇게 함부로 입을 연 건 분명 실례되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손님은 죄를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