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화. 성자의 출현과 사법자 신희 (4)
당염원이 맑은 눈동자로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후 말을 이었다.
“백려에게 너희와 혼계(魂契)를 맺게 해.”
“네?”
엽씨 자매가 의아한 듯 반문했다.
당염원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면 백려는 너희의 것이 돼. 너희가 죽으면 백려도 죽는 거야.”
“하하하.”
귓가에 듣기 좋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허공에 있던 신희가 손에 들고 있던 서책을 덮고 낄낄대고 웃으며 말했다.
“경홍선자, 선참후계(先斬後啓)를 하시려는 거로군요. 백려가 자매와 혼계를 맺으면 설월호족도 자매를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요. 일단 두 사람이 무사할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다음에 이어질 일도 쉽게 풀리겠죠. 백려든, 아니면 경홍선자 당신이든 설월호족과 협상할 때 가장 꺼려지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거고요.”
허영의 반대편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엽씨 자매는 깜짝 놀랐다. 아까 자신들이 신희의 이름을 부르는 걸 이자도 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