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5화. 유보를 보고 잘 배워

545화. 유보를 보고 잘 배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오자진이 긴 곤봉을 들었다. 그리고 땅바닥에 누워 눈도 감지 못하고 있는 임경옥의 허리에서 건곤주머니를 떼어낸 다음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연무대 난간으로 다가가 단숨에 아래로 뛰어내린 그는 곧 철요군의 앞에서 반쯤 죽어 있는 임활흔의 눈앞까지 걸어갔다.

철요군의 얼굴 가죽이 꿈틀거렸다. 눈앞에 있는 형제의 모습이 그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주 조금 낯설 뿐, 그들의 형제애와 의리는 조금도 깨지지 않았다.

“오자진, 뭘 하려는 거냐?”

그가 물었다.

오자진이 말했다.

“전리품을 가져가려고.”

그가 긴 곤봉을 뻗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임활흔의 건곤주머니를 들어 올렸다.

철요군은 순간 몹시 아까운 마음을 느꼈다. 어째서 임활흔이 가진 건곤주머니에 대해 진작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그는 오자진이 자신에게 임활흔을 던진 것에 괜히 귀찮은 일이 생겼다고만 생각했다. 이제 모두 끝나 버렸다. 다른 사람이 건곤주머니를 가져갈 뻔한 것은 제때 막았지만, 결국 건곤주머니를 손에 넣지 못했다. 오히려 오자진의 손아귀에 돌려준 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