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사릉고홍의 과거 (2)
“하늘이 신령을 보낸 것이 아니라, 어머니께서 흉수들을 보낸 것이다.”
그때 어떤 아이의 앳되고 순수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그러자 피비린내가 진동함과 동시에 환희로 가득 찼던 모든 백성들의 환호성이 뚝 멈추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성문 방향을 바라보았다.
태양이 하늘 꼭대기에 걸려 가장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는 바로 그때, 눈부시게 빛나던 태양도 성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누군가에 의해 빛을 잃고 어두워졌다.
흰옷과 검은 머리칼을 가진 한 사내가 여인을 안고 천천히 걸어 들어오자 온 땅에 피를 흘리며 널브러져 있던 시체들은 모두 괴이한 잿더미가 되었다. 온 땅에 피가 낭자함에도 불구하고 사내의 의복은 조금도 물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옆에서 흰색 옷을 입은 한 어린아이가 거대한 뱀 괴물의 머리 위에 앉아 두 눈을 맑게 반짝이며 주홍빛의 작은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다. 방금 그 말은 바로 이 아이가 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