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화. 사릉고홍이 나타나다 (2)
“주모님을 찾지 못하는 날이 하루 늘어나면 마역의 생령들이 도탄에 빠지는 날도 하루만큼 늘어나겠군.”
그때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칙칙한 녹색 옷차림의 설진이 무게가 없는 것처럼 가벼운 몸으로 용의 머리 옆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었다.
“받아 마땅한 벌이지.”
흑룡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모님이 주인님의 역린임을 알면서도 감히 주모님의 주의를 어지럽혀 주인님의 화를 돋우었으니, 응당 주인님의 분노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하늘의 먹구름은 흑룡에게 이끌려 석남산성 바깥까지 날아가며 가느다란 빗줄기를 뿌렸다. 뿌연 가랑비가 내려 땅의 어딘가에 떨어질 때마다 그곳의 생령들은 빠르게 시들어 갔고, 다시 검은 안개로 변해 하늘의 먹구름으로 합류했다. 그래서 하늘에 뜬 먹구름의 범위는 점점 더 넓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