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말을 들으면 약을 줄게 (4)

88화. 말을 들으면 약을 줄게 (4)

일촉즉발의 긴장감 속에서 별안간 흰 가루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여우와 뱀을 모두 뒤덮었다. 그러자 둘은 마치 동상처럼 일촉즉발이었던 자세를 유지한 채 멍하니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풋!”

[망할 여우, 네 꼴 좀 봐!]

“풉!”

[뱀 자식, 너야말로 네 꼬라지나 좀 봐라!]

둘은 동시에 서로를 비웃다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돌려 한쪽에 서서 밀가루 대야를 들고 있는 주범을 쳐다보았다. 당염원이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너희 둘 다 똑같아.”

둘 다 울고 싶었지만 나올 눈물이 없었다.

주방에 도착한 주묘랑과 다른 일행들은 가지런하고 깨끗한 주방 부뚜막에 반해 두 사람과 짐승 세 마리가 처참한 몰골로 있는 것을 보았다.

“푸흡!”

수람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재빨리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러나 어깨가 계속해서 가볍게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