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화. 각자의 길 (3)

127화. 각자의 길 (3)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이 변했다.

의부가 죽었고, 의모도 사라졌다. 사릉가의 주인이 바뀌었고 당염원은 사릉고홍과 혼인을 맺어 세상 사람 모두가 아는 사릉 가문의 주모가 되어 사릉고홍의 총애를 받았다.

아니!

이러면 안 돼!

의부님의 계획대로라면 이럴 순 없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하물며 사릉고홍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도 사라졌다. 무엇 때문에, 대체 무엇 때문에 당염원은 본래 내 것이었던 모든 것을 앗아간 거지? 어떻게 나만 이런 결말을 맞이하는 거야?!

“고홍을 만나게 해 줘, 고홍이를 만나야겠어!”

고석안은 다시 울부짖기 시작했다. 잔뜩 쉰 목소리는 듣기가 힘들었다.

“고홍을 만나게 해 줘, 고홍을…….”

“석안 아가씨.”

그때 부드럽고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석안은 두 눈에 다시 초점을 되찾고 정신을 가다듬은 뒤 소리가 나는 곳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햇빛 아래서 천천히 걸어오는 푸른 옷을 입은 여인은 다름 아닌 주묘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