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각자의 길 (2)
고여가는 가볍게 눈을 드리우고 말했다.
“당신의 기해는 이미 파괴되었어요. 몸도 더 이상 버틸 수 없고요.”
사릉회인은 의자 팔걸이를 꽉 잡다가 다시 또 힘을 풀었다.
“그거 알아요? 원이도 좋은 아이예요. 그 아이가 홍이의 곁에 있으니 나도 안심할 수가 있겠어요.”
고여가는 손을 뻗어 가녀리고 부드러운 손을 사릉회인의 손등에 올리고 어둡지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 아이만큼 과감하고 단호하지 못했어요. 당신한테도 홍이 같은 진심이 없었죠. 다만…….”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눈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눈 속 깊은 곳에서 은은한 빛이 반짝였다.
“그 두 아이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됐어요. 사랑에 빠지면 많은 걸 생각해야 하는 거였어요.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거듭 원한에 자리를 내어주면 남는 건 결국 후회뿐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