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2화. 교활한 사릉고홍 (2)
사릉무사가 촘촘한 속눈썹을 깜빡거렸다. 사릉고홍과 비슷하지만 어딘가 다른 그 눈동자는 마치 이완추의 혼백 깊숙한 곳까지 꿰뚫어 보는 듯했다. 사릉무사가 순수하고 무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다 봤지!”
“보, 보긴 뭘 봐?”
자기도 모르게 멍해졌던 이완추는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릉무사가 두 눈을 초승달처럼 가늘게 뜨며 진지하게 말했다.
“발톱을 드러내던 네 모습을 봤단 말이야.”
말을 마친 꼬마는 눈을 부릅뜬 채 입을 쩍 벌리고 귀신처럼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양손을 갈퀴 모양으로 만들었다. 여인이라면 누구나 참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꺄아 소리를 지르며 두 팔을 벌려 품에 안고 싶어질 만큼 귀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본 이완추의 안색은 새파래졌다. 사릉무사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분노가 교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