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4화. 집미부오(執迷不悟) (1)

664화. 집미부오(執迷不悟) (1)

“빙화옥(冰火牢)이 너희에게 너무 편했던 모양이로구나. 아직도 시시덕거릴 정신이 있나 보지?”

그때 갑자기 무령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서가 몸을 돌려 감방 밖에 있는 무령을 쳐다보았다.

“무령, 본궁의 분부를 잊은 것인가?”

가볍고 느린 어조에서는 싸늘함과 노여움, 압박감과 위엄이 느껴졌다.

잠시 멍해졌던 무령이 눈을 깜빡이다가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분부요?”

갑자기 변한 영서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기백이 성자와 아주 비슷하기는 했지만 영서는 여전히 여인의 몸을 하고 있었다. 방금 막 사릉무사를 만나고 온 무령은 이제 주저하지도 않고 사릉무사의 편을 들었다.

영서는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던 분노는 이미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