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화. 단 한 사람을 위해 천하를 등지다 (3)

610화. 단 한 사람을 위해 천하를 등지다 (3)

궁근묵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떠다니던 그때, 마침내 사릉고홍에게 천겁이 떨어졌다.

천겁은 과연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 위력은 실로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얇은 장삼만을 걸친 사릉고홍은 여전히 평온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고 멀리에서 형체만을 볼 수 있을 뿐이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그가 지금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아니, 두려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는 이 천겁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었다.

“아-! 설선은 뭐 하는 거야? 제대로 천겁을 넘으려 하지 않고……. 설선이 움직였다! 아니, 천겁, 천겁이…….”

사릉고홍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지켜보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