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화. 모자 (1)
“아직도 네 죄를 인정하지 않느냐?”
태안제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별일 아니라는 것 같은 가벼운 말투였지만, 마치 거대한 바위처럼 반란군들의 가슴을 짓눌렀다.
서로 얼굴만 쳐다보던 그들 중 누군가가 손에서 힘을 빼자 손에 쥔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벽돌 바닥에 부딪힌 칼은 땡그랑 하는 맑은 소리를 냈다.
이 소리가 하나의 신호가 된 듯, 연이어 땡그랑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택을 따르던 금군이 앞다투어 무기를 던진 것이다.
장 통령은 대세가 기울었다는 것을 알고 다리에서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줄곧 그에게 붙잡혀 있던 왕하가 비틀하더니 한쪽으로 쓰러지자 즉시 누군가가 그를 부축하여 태안제 곁으로 데려갔다.
“황상—.”
왕하가 힘겹게 절을 하려는 걸 보고 태안제는 그를 말린 뒤 사람을 시켜 태의에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