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3화. 주시

533화. 주시

홀에 진입한 성건우는 바닥에 쓰러져 있거나 책상 위에 놓인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들과 곳곳에 흩어진 포장지들을 발견했다.

구세계 콘텐츠를 섭렵한 그는 이 건물 1층은 제2 식품회사 소매점이었으리라 유추했다. 아직 온전하게 줄지어진 카운터도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성건우는 느릿하게 앞으로 걸어가며 바닥의 포장지들을 훑어보았다.

귤피 사탕, 과일 젤리, 샤치마(沙琪玛), 크림 견과, 소다 과자, 잼 비스킷, 카스테라 등등.

순간 반기계 승려였던 성건우의 얼굴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무의식적으로 왼손을 든 성건우가 입맛을 다셨다.

꿀꺽, 군침도 절로 넘어갔다.

급히 시선을 거둔 그는 다시금 기계 승려가 되어 붉은 눈을 번득였다.

눈 깜짝할 사이 고승이 된 그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여기 식품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거나 포장만 남아있군요. 무심자들은 감히 이 구역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듯합니다.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