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화. 기록물

201화. 기록물

범수는 식탁 위에 가득한 음식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허허, 귀신과의 만찬이라니.’

범수는 서둘러 술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곁에서 여포가 빨리 먹고 싶은지 초조한 눈빛으로 계속해서 범수에게 눈치를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자. 오늘은 여포 형의 생일이니 다들 축하해줍시다. 그건 그렇고 앞으로 같이 지내는 동안, 다들 미리 생일이 언제인지 얘기 좀 해주세요. 미리 얘기를 안 하니까 오늘처럼 생일 케이크도 준비를 제대로 못 하잖아요. 미리 말하면, 다음엔 미리 준비할게요.”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여포가 소리쳤다.

“얘기가 너무 길어. 얼른 술과 고기를 먹고 싶단 말일세! 자자. 건배 제의는 내가 대신 하겠네! 모두 잔 들고, 함께 죽자!”

여포의 생일은 생각보다 싱숭생숭하게 지나갔다. 모두는 이 자리를 여포의 생일을 즐기는 자리라기보다는, 모두가 이승에서 즐겁게 보내는 식사시간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모두가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 어느새 비워진 그릇 앞에 모두가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