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화. 저승의 숲
최명은 범수의 굳어진 표정을 보곤 씨익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진 마시게나. 우린 그저 아래쪽에서 명령을 받는 자들이 아니던가? 너무 많이 생각할 것도 없다네. 그저 주어진 명령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걸세. 게다가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러한 때에는 모르는 게 오히려 좋을 수도 있는 걸세.”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게다가 범수는 잠시 동안 저승의 일을 도와주는 계약직 차사였으니 너무 깊게 염라대왕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좋았다.
곁에서 듣고 있던 우두귀신이 말했다.
“최명 어르신. 사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실 것도 없습니다. 저승폭풍이 지나가는 곳은 이 황무지를 제외하고도 아직 산간지역과 숲지대, 그리고 평원이 남아있습니다. 계속해서 폭풍이 지나가는 루트를 따라 찾다보면 무언가 얻는 게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