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천명

194화. 천명

범수는 말을 하며 도아를 슬쩍 보았다. 도아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범수는 화난 표정으로 최명을 추궁했다.

“최 차사님, 지금 아무 말이나 막 뱉은 거 아니죠?”

“그게…….”

“사실 전부터 의심은 하고 있었어요. 제가 저승의 차사일을 맡은 게 잘 짜인 각본에 의한 것이었다고요. 최 차사님이 절 찾아온 게 지장보살님의 뜻이라니. 이 모든 게 지장보살님의 계획이란 건가요?”

범수는 애써 화를 가라앉히며, 신아연의 뼈를 내려놓았다. 신아연은 이 틈에 범수의 손에 들린 자신의 뼈를 들곤 도망가 버렸다. 최명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이 세상의 인간들은 무수히 많네. 내가 굳이 자네를 찾아올 이유가 단순히 우연이었겠는가? 천하에 능력자가 널리고 널렸는데 말일세. 육판관이 관리하는 지옥에서 귀신들이 도망간 것은 우연이었네만, 자네를 찾아간 것은 이미 계획되어있던 일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