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화. 흑무상
범수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뻐했다. 저승의 차사인 백무상이 나타났으니 이제 목숨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최 차사님이나 하수민 양이 구조 요청을 보고 보낸 모양이네.’
저승에서 만났던 백무상은 여전히 하얀색을 좋아하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색 복장이었다. 심지어 구두조차 하얀색 백구두였다. 웃긴 것은 워낙 미남이라 그런 복장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뭘 용서해 달라는 거지?”
백무상의 차가운 질문에 양대성이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이렇게 귀신들을 데리고 사당을 점령해서는 안 됐습니다. 모든 것은 저의 불찰입니다. 하지만 저도 누군가에 의해 떠밀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자네 생각에 자네의 죄가 그것뿐이라 여기는가?”
“네? 아, 네. 제, 제가 저희 조상님들을 사당에서 쫓아냈습니다. 당장 귀신들을 데리고 떠날 테니 용서해주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