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화. 조상
“착한 젊은이.”
범수는 순간 흠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범수가 뒤로 돌아서자 열 명이나 되는 혼령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하얀 한복을 입고 범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앞에 서 있던 갓을 쓴 노인이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이곳을 청소해주어서 고맙네. 이곳은 이미 오래전에 버려진 곳이라…. 이렇게 착한 청년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다들 인사를 하러 나왔다네.”
“아, 괜찮습니다. 그냥 온 김에 정리해드린 것뿐인데요, 뭘. 전 다른 일이 있어서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말했다.
“젊은이, 너무 급하게 가려 하지 마시게나. 자네 혹시 영력이 강한 도사가 아닌가?”
“아, 도사는 아닌데 귀신을 잡을 수는 있습니다. 왜 그러시죠?”
그러자 노인을 비롯한 주변 혼령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잘됐군! 우리는 최근에 갑자기 들이닥친 악귀들에게 심각하게 시달리고 있었다네. 혹시 우리를 좀 도와주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