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화. 나한당
“잠깐만요. 저번엔 점괘를 풀어주지 않는 게 원칙이라 하지 않으셨나요?”
“저번에 뽑은 건 지금 뽑은 것과 다른 걸세. 그건 신선 점괘로 풀어낼 수 없는 것이고 이건 일반 점괘이니 풀 수 있다 이 말일세.”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라 이건가요? 알겠습니다. 그냥 그 오천 원 다 드릴 테니까 제대로 된 풀이나 좀 해주시죠.”
어차피 아직 극락사가 문을 열려면 시간이 조금 더 있으니 5천원은 시간을 때우는 값이다 생각하기로 했다.
한참 동안 점괘가 적힌 종이를 바라보던 노인이 갑자기 한숨을 푹 쉬었다.
“먼저 말하자면 무작정 좋은 점괘라고, 반대로 나쁜 점괘라고 할 수 없는 점괘일세. 일단 바람에 날려 떨어진 낙엽이 모였다 사라지고 나무에 앉았던 겨울 까마귀가 놀란 듯 지저귄다부터 보도록 하지. 이 말의 뜻은 최근 자네가 골머리 걱정하고 있던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생활이 안정적으로 흘러감을 의미한다네. 허나 이러한 평온한 삶은 금세 쪽박나고 말 것이며 친한 친구나 가족이 자네를 떠날 것을 의미하지. 허나 이로 인한 결과물이 좋은 것일지 나쁜 것일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만, 어쨌든 이 부분이 이 점괘의 가장 안 좋은 부분일세. 그리고 나머지 뒤쪽에 있는 말은 자네의 혼인의 연분과 관련된 점괘일세. 언제 또다시 만날지 알 수가 없으니 감당할 수 없구나. 이 뜻은 즉 자네와 자네의 짝이 언제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말일세. 허나 조급하게 굴어선 안 된다네. 조급하게 굴다간 자네의 감정이 크게 휘둘러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걸세. 전체적으로 보면 어떠한 징조를 나타내는 점괘군. 게다가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과 나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모두 있는 점괘일세. 그러므로 무작정 좋다고도, 또 나쁘다고도 할 수 없는 점괘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