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화. 언약
단칼에 거절한 범수는 밖으로 나가려다, 또다시 고개를 돌려 노인에게 말했다.
“어르신. 일단 요 며칠 동안은 출근하지 마시고 집에만 계세요. 안전이 우선이잖아요. 일단 단서를 찾게 되면, 다시 알려드릴 테니까 그렇게 하세요.”
그러나 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수는 없다네. 내가 그 공장에서 몇 년이나 일했는데, 이렇게 가만히 보고만 있는단 말인가? 이런 일이 터졌는데, 나 혼자 집에서 숨어있고, 나의 형제 같은 동료들이 당하는 걸 보고만 있으라고?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네. 게다가 가만히 있는 것보다 직접 살펴보고 있다가 수상한 점이 있으면, 자네들에게 말해주는 편이 훨씬 더 낫지 않겠는가?”
듣고 보니 노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최전방에서 지켜보다 수상한 점이 있으면 곧장 소식을 들을 수 있으면 확실히 좋긴 했다. 그러나 노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또다시 사악한 기운에 의해 잠식당한다면, 그땐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