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그거라면 내가 고칠 수 있겠네

13화. 그거라면 내가 고칠 수 있겠네

퍽!

사천우는 방금 전 자신이 날아가서 만들어놓은 사람 모양의 구멍을 통해 다시 옆방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러자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사장이 차가운 눈으로 초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꼬마야, 너는 이 비룡 클럽이 네가 마음대로 부수고 짓밟아도 되는 곳으로 보이나?”

그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마치 활활 타오르는 화산처럼 열기가 가득했다.

그때, 소월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용 사장님, 그는 북지초가의 사람이에요. 이 소란은 개인적인 원한관계 때문에 벌어진 일이구요.”

“북지초가라고?”

그녀의 말에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다시 초우를 향하자 방 안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초우는 사람들의 눈길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의 변호를 해준 아름다운 여자를 바라보았다. 다소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

사장이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설령 북지초가 사람이라 해도, 이런 일을 벌일 때와 장소를 생각해야하는 법이다. 너희의 개인적인 원한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건, 나를 무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말이다!”

“말씀드렸잖아요. 지금 일어난 모든 일의 손해 배상은 전부 사천우가 할 겁니다.”

초우는 그렇게 말하며 벽 너머 옆방을 향해 소리쳤다.

“사천우, 내 말이 맞지?”

그러자 옆방에서 사천우의 목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맞긴 개뿔이…….”

“보아하니 아직 부족한가보군.”

초우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방 안에 있던 물건들은 뺀질이의 공격으로 인한 바람에 전부 박살이 났지만, 건너편 방에 있는 물건들은 멀쩡했다.

이내 초우는 구멍을 통해 건너편 방으로 넘어가서 그곳의 불을 켰다. 그리고 진열장 위에 있는, 두 자는 넘어 보이는 꽃병을 손에 들었다.

그는 사천우를 살펴보며 뺀질이에게 말했다.

“너는 어떻게 두 번 다 같은 곳을 때렸냐? 내가 강박증 있는 거 몰랐어? 나는 상하좌우 대칭이 되지 않으면 엄청 불안해진다고!”

그러면서 사천우의 얼굴로 다가간 초우는 손에 든 무거운 꽃병을 위로 들어올렸다.

“너…… 너, 뭐 하려는 거야?”

쓰러져 있던 사천우가 겁먹은 얼굴로 초우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얼굴 양쪽 짝을 맞춰주려고 그러지.”

초우가 말하자, 급히 초우를 뒤따라 들어온 사장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머…… 멈춰!”

사천우는 거의 울상이 되어 있었다. 어째서 사람들은 빨리 달려와서 이 자를 막지 않는단 말인가?

‘같이 있던 동성주(董城主)나 육풍(陆风)……. 너희는 도대체 왜 막지 않는 거야? 그리고 소월, 내가 평소에 너에게 그리 잘 대해 주었는데! 어째서 나를 돕지 않는 거지?’

사천우의 마음속은 이제 원한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물론 그 대부분은 초우를 향한 것이었다. 이번에 그가 두 번씩이나 초우를 죽이려 한 것은, 그저 초우가 그의 앞길에 놓인 장애물이기 때문이었다. 그 이상의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초우가 너무나 미웠다. 두 차례의 공격을 당해 정신이 없는 상태인 사천우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아마도 내일이 되면 이번 소란에 대한 소식은 연경성 곳곳에 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천우 자신의 평판은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초우……. 너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사천우는 이를 꽉 깨물며 속으로 선언했다.

초우는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머리에 떨어트리기라도 할 듯, 크고 무거운 꽃병을 힘겹게 들고 서 있었다. 이내 사장은 그를 멈춰 세우려 했지만, 뺀질이가 한번 슬쩍 째려보자 그 자리에서 멈춰서고 말았다. 청년보다 그의 어깨에 올라앉아 있는 저 참새가 몇 배는 더 두렵게 느껴졌다.

다음 순간, 초우는 사천우의 머리를 향해 꽃병을 힘차게 휘둘렀다. 곁에 있던 사람들은 그 광경을 잔뜩 긴장하여 바라보았다.

꽃병을 휘두르는 초우의 힘은 심상치 않았다. 눈 밑이 거뭇한 동성주와 스물여덟 살 정도로 보이는 청년 육풍이 달려들어 그를 막아보려 했지만, 초우의 어깨에 있던 뺀질이가 다가오는 그들에게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질렀다. 그 소리에 두 사람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뒤로 물러났다.

퍽!

콰창!

단단하고 무거운 꽃병이 사천우의 머리에 내리꽂히면서 산산이 박살났고, 그의 머리에서 핏물이 튀었다. 이제 사천우의 얼굴은 원래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의 부모가 와서 보더라도 알아보지 못 할 정도로 곤죽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천우가 제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오랜 수련을 통해 강한 육체를 얻었다지만, 뺀질이에게 당한데 이어 초우의 공격까지 이어지자 더는 버티지 못했다. 결국 사천우는 두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버렸다.

“보통 일정한 경지의 오른 사람은 맷집도 좋아진다던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지?”

초우가 곤란하다는 듯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나약한 놈이구먼!”

뺀질이도 비웃으며 거들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그들이 하는 말을 들었지만, 차마 반박하지 못했다. 만약 초우와 사천우의 입장이 바뀌어서 맞는 사람이 초우였다면, 그 역시 버티지 못했을 거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그때, 소월이 초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천우가 두 번이나 당신을 죽이려 했으니, 이렇게 되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주위 사람들, 특히 사천우와 함께 있던 동청주와 육풍, 그리고 아름다운 젊은 여성은 소월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다들 그녀가 드디어 미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그녀는 사실 엄청난 멍청이일 지도 몰랐다. 굳이 저런 불리한 말을 하다니?

그러나 소월은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든 상관하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사천우를 죽인다면 당신에게도 좋을 게 없지요.”

그러자 초우가 그녀를 보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

“그냥 여기까지만 하고 끝내요.”

‘여기까지 하고 끝내라니?’

소월의 대답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생각했다. 실컷 복수를 한 초우는 여기서 끝낼 수 있어도, 저기 누워 있는 사천우는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속으로 말을 삼킬 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초우는 미간을 좁히며 소월을 보고 말했다.

“네가 이놈을 대신해서 용서를 구하는 거야?”

“난 당신을 위해서 말하는 겁니다.”

소월은 담담하게 초우의 눈을 응시하며 말을 받았다.

“이 여자는 너한테 반한 거야. 너, 잘생겼잖아!”

뺀질이가 옆에서 말했다. 이 참새는 이전에 초우에게 당했던 일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기에, 열심히 아부를 떠는 중이었다.

소월은 뺀질이의 말에 살짝 화가 난 것처럼 보였지만,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그에 따른 뺀질이의 반응이 예상 되었기에 그냥 무시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이윽고 초우가 그녀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너 어디 아프지? 머리라든가.”

“그럴지도? 이런 것에 잘 듣는 약 있나요?”

소월은 무표정하게 초우를 바라보았다.

주위 사람들은 처음 보는 이 초 씨 가문 공자가 역시 보통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굴 대하든 저렇게 아랫사람을 대하듯 하다니, 그 새에 그 주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소녀, 소월 역시 겉보기에는 얌전하고 조용한 것 같지만, 초우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이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 초우가 말했다.

“따라와. 그런 병이라면 내가 고칠 수 있겠다.”

그러더니 초우는 쓰러진 사천우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

사천우의 일행은 순간 움찔거렸지만, 그를 막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초우가 무서워서 그러는 건 아니었다. 왜냐면 초우는 한눈에 보기에도 아무 힘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꽃병을 들 때도 엄청 힘들어했고, 소문대로 수련조차 하지 못하는 폐물로 보였다.

문제는 저 참새였다. 그들은 참새를 보고 있기만 해도 차원을 달리하는 공포가 느껴졌다. 덕분에 참새의 몸에서 나오는 기세에 눌려, 참새에게 다가가는 것조차 마음 편히 하지 못했다. 참새의 그 걸걸한 입담만 아니었다면, 가히 영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잠시 후, 뭔가 생각에 잠겨 있던 소월이 초우를 따라나섰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놀라움에 휩싸였다.

* * *

집으로 돌아온 초우는 자신을 따라온 소월에게 말했다.

“너는 오늘부터 내 시녀야.”

소월은 커다란 눈망울로 초우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를 속일 생각이라면, 당신이 설령 북지초가의 사람이라 해도 난 당신을 죽일 겁니다.”

“됐다. 난 피곤해. 뭔가 더 할 말이 있다면 내일 하자. 아, 맞아. 2층에는 올라오면 안 돼. 1층은 자유롭게 사용해도 상관없어.”

초우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 소월의 위협은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초우의 온 신경은 온통 소월의 몸으로 가 있었다.

‘엄청 크다!’

물론, 절대 고의로 쳐다본 것은 아니었다.

뺀질이는 탁상 위에 앉아 초우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나는?”

초우가 돌아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새 둥지라도 하나 사줄까?”

“…….”

뺀질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그저 눈을 흘길 뿐이었다. 그는 초우가 위층으로 올라가는 걸 지켜보다가 결국은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었다.

“개자식.”

그러자 옆에 있던 소월이 뜻밖에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죠? 진짜 개자식이네요.”

뺀질이는 맞장구치는 소월을 보며, 그녀가 만약 초우의 진짜 실력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보았다. 그가 보기에 초우는 개자식이 아니라 사람의 형태를 한 괴물이었다.

* * *

초우가 막 방으로 들어서자 전화벨이 울렸다. 그러나 그는 화면에 뜬 번호를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받지 않았다. 전화벨은 금방 끊어졌고, 곧이어 메시지가 도착했다.

「너, 그렇게 강한 수하가 있는데 다른 방법을 쓸 수는 없었어? 이번 일은 아무리 봐도 너무 경솔했어. 이건 너에게도 절대 좋은 일이 아니라고! 하룻밤 사이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곳을 들쑤셔놓은 건지 네가 알기나 해?」

초우는 메시지를 흘낏 보고는 웃으며 무시했다. 바로 이어서 두 번째 메시지가 왔다.

「당장 전화 받아!」

전화벨이 다시 울리기 시작하자, 초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전화 건너편에서 화를 참고 있는 듯 온화하고 얌전한 임설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가 심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오늘 네가 벌인 일은 너무 경솔했다고. 그 클럽 사장 용비는 배후세력이 막강해. 그리고 사천우와 같이 식사를 하고 있던 사람들도 다들 쉽지 않은 사람들이고.

동청주는 동가(董家)의 자제이고, 육풍은 무당(武当)의 제자야. 물론 네가 직접 그들을 때려눕히거나 한 건 아니지만, 그들 앞에서 사천우를 그렇게 만들어버리고 하마터면 죽일 뻔했잖아. 그와 함께 있던 자들의 체면도 땅에 떨어 진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래서? 그들의 체면이 내가 그렇게 신경 써야 할 정도로 값어치가 있는 거야?”

초우가 담담히 대꾸했다.

“사천우는 이미 두 번이나 날 죽이려 했어. 그를 살려둔 것만으로도 난 이미 많은 걸 베푼 거나 다름없다고. 설마 내가 그놈한테 가서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

그러자 임설몽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내가 한 말이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건 너도 잘 알잖아. 네가 한 행동은 옳아. 하지만 일을 벌일 시간과 장소는 생각하고 행동했어야 했어.

초우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놈이 나를 죽이려 했으니 그나마 손속에 사정을 둔 거야. 만약 내가 아니라 너를 건드렸다면, 설령 그놈이 옥황상제라 해도 난 그놈을 고깃덩이마냥 다져버렸을 거야.”

“…….”

전화기 너머의 임설몽은 아무 말도 없었다. 잠시 후, 그녀는 간신히 말을 꺼냈다.

- 비룡 클럽의 용비, 그리고 동성주와 육풍들은 내가 직접 만나보고 해결해볼게. 사천우 쪽은…… 그자가 너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을 통해 퍼트리고 있어. 다만 그런 소문이 퍼져서 생기는 일들은 네가 감내해야 되는 것이고.

“설아, 나 때문에 괜히 고생하네.”

- 너랑 나 사이에 뭘 새삼스레.

초우의 말에 임설몽이 전화기 너머로 후후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천우를 때려눕힌 건 좋은데, 그 소월이라는 아이는 어떻게 된 거야?

“똘똘한 아가씨야. 시녀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데려왔어.”

- 제대로 말해!

“어, 비서야, 비서.”

느긋하게 침대에 드러누워 있던 초우는 임설몽의 화난 목소리를 듣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왜? 질투하는 거야? 아니면 그쪽으로 보내줄까?”

- 질투는 무슨, 웃기지 마! 이쪽은 원하지도 않으니까, 너나 실컷 데려다 쓰시지!

임설몽이 화를 내며 말했다.

- 너는 그 여자가 어떤 신분인지 알고나 얘기하는 거야? 나도 그 소월이라는 애를 어떻게 할 수 없는데, 그런 식으로 데려가 버리다니…….

임설몽은 한숨을 쉬면서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 그 소월이라는 애가 너를 직접 따라가서 그나마 다행이야. 하지만 조심해. 절대 소월이를…… 건드리지 마. 그 아이의 뒤에 있는 자들은 보통이 아니니까.

“알았어.”

- 더 할 말 없으면 끊을게.

초우가 대답하자마자, 임설몽은 할 이야기가 다 끝났다는 듯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편, 임설몽은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얇은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옷 아래에서는 충분히 커다란 가슴이 당당히 자기주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매끈하게 아래로 뻗은 두 다리, 겉으로 드러난 눈처럼 하얀 살결은 사람을 끌어당기듯 매력을 흩뿌렸다.

그러나 복숭아 꽃 같은 아름다운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임설몽은 곧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어떻게 저렇게 변해버린 거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없어지네. 그리고 그 무서운 새는 도대체 어디서 솟아난 거야? 초 씨 가문에서 그런 짐승을 다룰 수 있는 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