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신검(神劍)
소월은 그렇게 외치며 통로를 따라 아래로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리고 초우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스승님, 빨리 고개를 끄덕이세요. 불을 받아들이시는 겁니다.”
초우는 눈을 깜빡이며 그의 발아래 계속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불을 보았다. 그러다 입가를 살짝 치켜 올리더니 한껏 여유 있는 척을 하며 말했다.
“너의 그 성의를 보아, 이번엔 특별히 받아줘 볼까…….”
초우가 채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사람 형태의 불이 순식간에 줄어들더니 손바닥 크기 정도로 변해버렸다. 작아진 불은 그대로 선학로 안쪽에 있는 불을 놓는 곳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치 초우의 말은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
초우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선학로에 들어간 불을 노려보았다.
‘이 자식, 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보아하니 그 불은 초우에게 굴복한 것이 아니고 선학로에 들어가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초우는 학성의 전승을 얻긴 했지만 아직 연단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