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용성 (1)
이내 초량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가문은 말이다, 국가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오고 있었다. 나도 이 나라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왔지. 너에게 준 그 옥간도 정부와 같이 했던 임무 중에 얻어낸 것이다.”
초우는 크게 놀라고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는 가문 밖에서 모범청년으로 지내왔기에, 국가의 힘이 얼마나 강대한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세계가 새로운 세대로 넘어가는 그 순간, 제일 먼저 행동한 것이 지금의 이 나라였다. 그리고 화하라는 거대한 땅덩어리에는 숨겨진 비밀이 너무나 많았다. 무사들에게 화하는 수행하기에 아주 적합한 땅이었다. 그런 화하를 손에 넣고 있는 국가라면 분명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다만 국가는 그 힘을 내세우지 않고 세상에 나와 있는 은둔가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또 가문 사이의 원한관계 등에는 최대한 간섭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각 가문, 고대 문파들은 정부와의 상호존중 관계에 말썽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었다. 사 씨 가문이 정부의 성명에 분노를 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초우는 자신의 가문이 다른 가문들처럼 연경성에서 자리 잡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들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이내 초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과연…….”
초량이 동생을 바라보며 가볍게 말했다.
“임설몽과 그녀의 홀아버지가 소속되어 있는 문파는 지금 세상에 나와 있는 다른 문파들을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초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형님, 알겠습니다. 노력할겁니다. 그리고 조심하겠습니다.”
“그래, 용성에 가면 다른 가문 사람들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너의 수련을 계속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사 씨 가문에서 가져온 물자들도 보내주마. 네 능력을 믿고 수련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다.”
초량이 초우를 보며 말했다.
“네가 선천연기사의 경지에 오르는 순간이 우리 초 씨 가문이 날아오르는 날이 될 거다!”
그렇게 말한 초량은 초우를 보며 다시 강조했다.
“다만 변검을 익히는 것은 잊어버리지 말거라.”
* * *
연경에서 용성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두 대의 차가 꼬리를 물고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앞에 있는 차를 운전하는 것은 소월이었다. 만화를 좋아하는 이 미소녀가 사실은 스포츠카를 모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을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심지어 그 재능은 아주 대단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초우는 성을 나서는 순간부터 바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스포츠카를, 그것도 소월에게 운전대를 맡겼는지 후회막심이었다. 소월은 운전대를 잡자마자 돌변하더니 미친 듯이 빠르게 차를 몰기 시작했다.
뺀질이는 죽는 게 두렵지도 않은지, 계기판 위에 자리 잡고 전방을 주시하며 소월을 부추기고 있었다.
“빨리! 더 빨리! 저 놈을 추월하라고! 저런 쓰레기차를 가지고 나랑 붙어보겠다는 건가?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그래, 그거야! 따돌려버리라고! 좋아! 와아! 날개를 안 쓰는 게 이렇게 좋을 줄이야. 그래도 여전히 좀 느린 것 같네. 야! 이 계집, 왜 속도를 줄이는 거야? 더 밟으라고!”
소월은 뺀질이는 신경도 쓰지 않고 무표정하게 엑셀을 더욱 세게 밟았다.
그러자 초우가 참지 못하고 뺸질이에게 외쳤다.
“넌 좀 닥쳐라!”
초우는 소월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차의 속도는 이미 시속 300킬로미터를 넘어선 뒤에도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뒤에서 오는 차는 앞차를 따라잡기 급급했다.
뒤차에는 네 명이 타고 있었는데, 원체 크기도 하고 스포츠카처럼 속도를 낼 수 없는 차량이다보니 점점 쳐지고 있었다. 다행히 경호원의 운전솜씨가 나쁘지 않아 완전히 따돌려지지는 않았다. 만약 도로에 차가 많았더라면 그들은 진즉에 초우 일행을 놓쳤을 터였다.
뺀질이는 보조석에 앉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초우를 보며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너는 그렇게 높은 경지에 있으면서도 무슨 겁이 그렇게 많냐? 겨우 이 정도도 못 버텨?”
“닥쳐, 임마!”
“하하, 이 몸이 딱 맞혔나? 어이구, 부끄러워라!”
초우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욕지거리를 했지만, 뺀질이는 계속 그를 놀렸다.
“너 이 새 자식, 한마디만 더 하면 창밖으로 던져서 용성까지 날아오게 만들어주겠어!”
“아니, 아니, 아니, 우리 사이에 그런 험한 말을 써서야 되겠나?”
뺀질이가 초우의 말에 짐짓 상처 입은 것처럼 한숨을 쉬며 말했다. 초우는 그냥 뺀질이를 무시하기로 했다.
한편 소월은 점점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초우는 아예 눈을 감아버리고 그녀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었다. 그녀가 즐겁다면 그걸로 괜찮았다.
초우는 연경을 떠나며 임설몽과 작별인사를 나눌 수 없었다. 그가 떠날 때 임설몽은 잠시 먼 곳으로 떠나게 되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녀는 어쩌면 꽤나 오랜 시간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며, 초우에게 항상 몸조심하고 건강하게 지내라고 전했다.
초우는 메시지를 받고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임설몽이 그를 배웅하러 나오지 못한 것이 불만스러운 건 아니었다. 다만, 그녀의 메시지가 마치 뒷일을 부탁한다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메시지에는 많은 말이 적혀 있지 않았지만 진지했고, 조금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말들은 임설몽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초우는 얼마 전 형이 말한 것들을 생각하자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그는 메시지를 받자마자 임설몽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그녀의 휴대전화는 이미 꺼져 있었다.
초우는 임설몽에게 항상 몸조심하고, 그녀의 뒤에 언제나 자신이 서 있다는 걸 잊지 말라는 답장을 남겨놓았다.
* * *
용성에 있는 초가 그룹의 건물.
초가 그룹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초우의 아버지뻘 되는 서출인 당숙부 초천웅(楚天熊)이었다. 그는 초우 할아버지의 배다른 아들이었고, 충혈경 6단의 실력을 갖추어서 지금 세상에서는 고수의 반열에 올라 있는 사람이었다.
초천웅은 십년 가까이 용성에 있는 초가 그룹을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이끌어오고 있었다. 물론 아직 그리 크게 성장시키지는 못했지만, 그 어떤 문제도 일으킨 적이 없었다.
초천웅은 올해 39세였는데, 몇 년 전부터 지금 맡고 있는 가문의 일을 정리하고 돌아가서 수련을 하고 싶다는 간청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가문의 핵심인원들이 맡은 일이 많아서 초천웅의 일을 대신할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아, 지금까지 계속 미뤄지고 있었다.
초우가 대학을 졸업했을 때, 초천웅은 초우에게 용성에 있는 그룹을 넘기겠노라고 다시 한 번 가문에 건의했다. 이번에는 가문의 큰 어르신, 가주 초천우(楚天羽)와 초우의 아버지 초천북(楚天北)이 상의한 끝에 그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소식을 들은 초천웅은 매우 기뻐하며 초우가 용성에 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은둔가문의 사람들은 일반인들과는 인생의 목표가 달랐다. 그들 대부분은 속세에서의 성공과 명예에 그렇게 목매달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고 이루려는 건 수련을 통해 더 놓은 경지에 오르고, 그로 인해 아득히 먼 장생의 길을 찾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초천웅의 상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루 종일 얼굴이 펴질 줄 몰랐으며, 속으로 무언가 고심하는 듯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아주 신이 난 상태였다. 가문으로 돌아가 몇 년 동안 모아온 자원들, 그리고 임무를 끝마치고 받을 수 있는 가문의 보상들을 사용해서 앞으로 수년 안에 충혈경 7단에 오르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있었다.
그러나 사흘 전에 그는 한 가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용성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큰 산 안에 ‘여우 신선 동굴’이라는 고대 유적이 존재한다는 소문이었다.
이런 소문은 매년 전해지긴 했지만, 그중 대부분은 뜬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좀 달랐다. 이미 많은 사람이 그곳에 들어갔다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 좋게 살아서 돌아온 사람은 그곳에서 운을 다 써버렸는지, 용성의 또 다른 가문인 영(冷)씨 가문에 붙잡혔다. 영 씨 가문에게 잡힌 그는 온갖 고문을 당한 끝에 충격적인 비밀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영 씨 가문에서는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그 뒤에 가문 내의 누군가가 그 비밀을 유출시켜 큰 파장이 일어났다. 그리고 소문을 접한 용성의 많은 세력이 그 동굴에서 기연을 얻으려고 준비하기 시작 했다.
하지만 이런 고대 유적은 일반적인 무덤과는 달랐다, 몇몇 고고학자를 대동해서 그들의 지휘를 받아야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고, 그 안에 어떤 보물이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위험은 분명히 도처에 깔려 있었다. 한 명이라도 실수하는 날에는 같이 들어간 사람 모두 전멸할 수도 있었다. 그런 일은 지난 30년간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래서 각 가문들은 어차피 소문이 널리 퍼진 김에, 손을 잡고 함께 탐색하자는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난 밤 초천웅에게도 한 장의 초대장이 배달되었다. 초가가 용성에서 제일 강한 세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순위를 따지자면 앞쪽에 있기 때문이었다.
초대장의 내용은 오늘밤 용성의 제일 고급스러운 클럽에 모여 앞으로의 일을 상의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초천웅은 망설이고 있었다. 물론 고대 유적에 대한 유혹은 강했지만, 그는 그곳에 들어가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런 유적은 적어도 몇 만 년 전부터 전해진 것이었다. 그 시대의 지구에서는 많은 수진(修眞)이 세계를 누비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그곳에는 많은 동굴과 소세계(小世界)가 있었는데, 이런 장소는 매우 위험했다. 지금의 무사들이 들어간다 해도 자칫 방심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십상이었다.
초천웅은 평범한 사람이었고, 모험을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초대장도 옆으로 밀어두고 못 본 척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초대장은 초가와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가문에서 보내온 것이라, 그들의 요구를 단칼에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이 전한 한마디가 초천웅의 마음을 계속 흔들고 있었다.
“초 사장님, 영 씨 가문이 잡아온 그자에게서 어떤 공법을 얻었다고 합니다. 듣자하니 오장육부에 있는 모든 혈도를 뚫을 수 있는 공법이라더군요. 영 씨 가문의 고위층은 그 공법이 내조경에 버금간다고 떠들고 있다했습니다.”
은둔가문의 사람이라면 내조경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동굴에서 살아 돌아온 그자에게서 얻어낸 공법이 정말 내조경에 버금가는지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그 말은 초천웅을 흔들기 충분했다. 만약 정말로 내조경과 비등한 공법을 얻을 수만 있다면, 가문으로 돌아갔을 때 받을 보상은 분명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일 것이다.
초천웅의 딸인 초소소(楚笑笑) 역시, 초대에 응해서 소문의 진위 여부를 판단해보자고 아버지를 계속 재촉하고 있었다.
“초우 오빠가 오늘 오는 거 아니었나요? 오빠랑 같이 한번 가보세요, 아버지.”
초소소는 초우보다 다섯 살 아래로 올해 17세였다. 그녀는 수련에 재능이 있었고, 가문의 지원 아래 벌써 충혈경 3단에 올라 있었다.
초씨 가문의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들은 전부 외모가 출중했는데, 초소소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그녀는 아직 어린 소녀였지만 피부가 하얗고 젊음의 싱그러움이 넘쳐흘렀다. 게다가 170센티미터가 넘을 만큼 키가 훤칠했는데,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있어서 어딜 가든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