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 단궁
“어이, 잠깐 기다려.”
성벽 꼭대기에 있는 창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그녀가 곧 초우를 불러 세웠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꽤나 멀었지만, 수진자들에게 그 정도의 거리는 그렇게 먼 것도 아니었다. 초우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그대로 손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너희 영지에 들어온 건 사과하지. 우리는 이대로 떠나겠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범건에게 전음을 전했다.
- 리리스를 데리고 빨리 떠나!
“거기 서!”
서소선은 창문에 기댄 채 초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에 의심의 빛이 서렸다.
“몸을 돌려서 나를 봐.”
그러나 초우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걸음을 재촉하려 했다. 도대체 왜 저 여자가 이곳에 있는 것일까?
샥!
순간 서소선이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와서 초우의 앞에 섰다. 그러고는 웃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를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초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