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화. 죽음의 땅에서 살아남다
선학로의 표면을 둘러싸고 있던 검은색 금속이 쩍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갔다. 중년 남자가 그것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재미있구나……. 참 재미있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다 연선지로 들어가는 초우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성인의 법기라니……. 저 애송이가 저런 물건까지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진즉에 알았다면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을 내놓으라고 했을 텐데…….”
초우는 여전히 느리게 걷고 있었지만, 착실하게 연선지의 깊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중년 남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는 무언가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본 듯한 표정으로 초우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단로를 바라보았다. 단로를 덮고 있던 검은색 금속이 떨어져 나가자, 짙은 회색빛 속살이 드러났다. 그 속에는 복잡한 모양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