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월영한란(月影幽蘭)

184화. 월영한란(月影幽蘭)

필월월의 어머니가 지내고 있는 방은 금방이라도 피부에 스며들 듯한 향기로 가득한 곳이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향기가 코를 찔렀다.

초우가 그 향기에 눈을 찌푸리며 필붕정에게 물었다.

“방 안에 항상 꽃을 두십니까?”

그의 물음에 필붕정 대신 필월월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어머니가 평소에 이 꽃을 굉장히 좋아하셨거든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창가에 놓여 있는 난초 비슷한 꽃을 가리켰다. 하늘색 빛이 어른거리는 꽃이 줄기 끝에 매달려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초우는 그 꽃을 살펴본 뒤, 시선을 돌려 침대에 누워 있는 아리따운 귀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두 눈을 꼭 감고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마치 죽은 듯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모습은 초우가 아니라도 조금의 감지능력이 있는 수진자라면 바로 알아차릴 정도로 선명한 느낌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