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비참한 삼엽파

122화. 비참한 삼엽파

여예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갑자기 이 모든 일의 시발점, 맨 처음 그 시체들을 발견한 사람이 생각났다. 바로 통맥경 무사 양소풍이었다.

‘그 똘똘한 아이가…….’

그렇다. 그는 참 똘똘한 청년이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그가 보여준 성품은 여예를 미소 짓게 만들 정도였다. 그런 그를 여예는 취영진으로 보내 수련을 할 수 있게 해주었고, 삼엽파의 직계 제자로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 좀 이상했다. 양소풍의 일거수일투족은 그가 보여준 언동과는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보통사람이 존자경 대수사들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면 대략 두 가지 반응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 장소에서 멀리 도망가거나, 혹은 그 시체를 뒤져 값어치 있는 물건들을 빼내거나…….

하지만 양소풍은 두 가지의 선택지에서 벗어나 그대로 문파로 돌아와, 그 시체들에 대해 보고를 올렸다. 세상에 그 정도의 유혹을 뿌리치고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릴 선인이 존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