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화. 말을 꺼냈으면 반드시 해낸다!
수평은 얼굴을 팩 구기며 성을 내고 있었다. 초우를 쫓으며 입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수평이 사용한 천라지망은 그의 사형에게서 빌려온 법기였다. 사형은 천라지망을 보물처럼 아껴서 평소에는 잘 꺼내놓지도 않았다. 그래서 수평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가며 간신히 빌려올 수 있었다.
사형은 수평에게 천라지망을 빌려주면서도 계속 신신당부했다.
‘절대 먼저 선보이지 마라! 사람들 눈에 띄어서 좋을 일이 없다!’
사실 수평은 애초에 천라지망으로 사람을 잡을 생각이 아니었다. 그는 영기를 지닌 짐승을 잡기 위해 천라지망을 빌려온 것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곤란하게 되어버렸으니, 그는 사형을 어떤 얼굴로 만나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사형은 문파 내에서도 꽤나 높은 지위를 지니고 있는 핵심 제자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