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1화. 느긋한 탈출

721화. 느긋한 탈출

혁연낙군은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보보네 집을 찾았다. 사복 차림에 토끼 모양의 크로스백을 맨 보보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의 차가운 얼굴에 약간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곧 보보의 뒤를 따라 나오는 확성아를 보자마자 표정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네가 왜 여기 있어!”

혁연낙군은 확성아에게 조금도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

오늘은 그와 보보 두 사람만의 데이트가 있는 날이었다!

확성아가 눈을 부라리며 득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왜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데? 할아버지가 직접 보보한테 가서 놀다 오라고 말씀하셨단 말이야.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니라고!”

“오기 싫으면 오지 말았어야지.”

혁연낙군은 원래 말수가 많지 않았지만 발코니에서의 만남 이후 계속해서 자신과 보보의 사이에 끼어드는 확성아를 핀잔주고 싶은 마음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