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0화. 사릉고홍의 계획 (2)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사릉고홍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에 담긴 신선처럼 평온했다.
흑몽이 말했다.
“어린 시절의 지존에게 백몽이 가르침을 준 것은 지존이 그에게 의지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목영영맥에서 지존의 부인이 모용응진에 의해 납치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백몽이 그 일에 대해 모를 리 없었지요. 백몽은 지존이 스스로의 봉인을 풀고 세상의 본원지맥을 탈취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방치한 겁니다.”
“마가 깨어나던 날 원가가 지존 부인의 혈통을 알게 되었지요. 그 배후에는 백몽의 비밀스러운 작업이 있었습니다. 이는 모두 지존의 가족을 선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었지요. 누구도 마역에서 일어난 일을 내게 감출 수 없는 것처럼 백몽도 선원의 대지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알 수 있어요. 만약 백몽이 정말로 무사 공자를 보호할 마음이 있었다면 공자가 기습을 당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하지만 백몽은 하필이면 기습이 시작된 뒤 나타났고, 자신이 은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굴었죠. 그렇게 다시 한번 지존과 무사 공자의 대항력을 이용하면서도 무사 공자가 자신에게 감사하고 의지하도록 하기를 시도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