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7화. 난폭하게 뒤엉키다 (1)
사릉고홍은 이미 당염원을 놓아준 뒤 소매가 넓은 옷을 입은 채 해안가에 서 있었다. 바람도 불지 않았건만 달빛처럼 하얀 옷자락은 절로 흔들렸고 그의 먹빛 장발도 조용히 등 뒤로 흩날렸다. 그의 하얀 피부는 이 검은 바다를 배경으로 양지백옥보다 더욱 아름답고 부드럽게 빛나며 더할 바 없이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돋보이게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한 쌍의 눈이 검푸른 연꽃 위에 있는 괴보를 담담하게 바라보았다.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고 맨손으로 세차게 용솟음치는 검은 바닷물을 마주하는 사릉고홍의 대응은 몹시 여유가 있었다. 그가 소매를 휘두르며 물을 다스리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었다.
해안가에 서 있던 당염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건곤 주머니에서 의자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차분히 그 위에 앉아 소매를 휙 휘둘러 탁자 하나를 눈앞에 놓은 다음 그 위에 사릉고홍이 그녀를 위해 만들어 놓은 간식을 몇 가지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