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화. 서로를 향한 그리움 (1)
고구생이 체념한 듯 절망에 찬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얼른 달아나십시오!”
이쪽으로 온다고 해도 저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뿐이었다. 두 사람이 나타난 곳은 마침 풍연 사막덩굴이 포위하고 있는 범위 밖이었으니 도망칠 수 있다면 빨리 도망치는 게 나았다. 그들은 이미 살아날 가능성이 없었다. 하지만 죽기 전에 두 사람을 위해 잠시라도 시간을 끌어 줄 수 있다면 그 역시 선행인 셈이었다.
그러나 그의 외침은 너무 늦고 말았다.
모자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풍연 사막덩굴은 이미 두 사람을 향해 줄기를 뻗고 있었다.
“덩굴?”
담담한 한 마디 후 여인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음…….”
스-!
고막을 찌를 듯 울리는 괴상한 소리는 마치 날카로운 비명 같았다.
고구생은 방금까지만 해도 포악하게 굴던 풍연 사막덩굴이 순식간에 줄기를 거둬들이는 것을 발견했다. 덩굴은 무슨 무서운 상대라도 만난 것처럼 몸을 배배 꼬며 떨고 있었다. 저 떨림은 포악한 흥분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분명 두려움에서 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