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6화. 계획의 시작 (3)

596화. 계획의 시작 (3)

사릉무사가 눈을 초승달처럼 가늘게 뜨며 건곤주머니 하나를 던져 주고는 무해한 얼굴로 말했다.

“기왕 충성을 맹세했으니 주인의 일을 돕도록 해. 마역에 배치한 대진(大陣)이 아직 세 군데 부족하거든. 필요한 재료는 그 안에 있으니 제대로 한번 만들어 봐.”

그 득의양양한 꼬마를 보며 오자진과 철요군은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했다. 사릉무사가 임구중을 받아들인 건 정말로 황만의 체면을 봐서인 걸까? 노동력이 필요했던 건 아니고?

속으로는 이런 의구심이 일었지만 사릉무사는 당연히 그들에게 답을 주지 않을 거였다.

마역에 남아 있는 대진들은 최근 한 달 동안 거의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는 세 곳만 남아 있었으니 임구중에게 맡긴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임구중은 주저하지 않고 건곤주머니를 받아들었다. 그의 표정과 말투는 시종일관 침착했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키워 온,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그의 기질은 상대에게 커다란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