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허설산에 묻히다 (2)
나무 그늘 아래, 당염원의 뺨을 닦아 주던 사릉고홍의 손짓이 별안간 멈칫했다. 갑자기 그의 눈에 검은 안개가 자욱하게 짙어졌다. 사릉고홍은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보았다. 마치 끝이 없는 저 너머로 어딘가를 보는 것 같았다.
목령아도 불현듯 몸을 떨더니 이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놀란 듯이 사릉고홍을 빠르게 살피다가 당염원을 보고서야 비로소 평온을 되찾았다.
수람은 그런 목령아와 사릉고홍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사릉고홍은 확실히 어딘가 이상했다. 또 표정도 너무나 고요해서 그의 생각을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두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람은 알게 되었다. 사릉고홍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틀림없이 누군가 재수 없는 일을 당하게 될 것이었다. 다만 그 누군가는 절대 그들이 아니었다. 이 점을 명심하기만 하면 당황할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