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정의 주문 (2)

122화. 정의 주문 (2)

여인은 연보라색 소매가 넓은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눈썹과 눈은 요괴 같지만 눈동자는 담백하고 물결 없이 부드러우며 그윽했다. 그 눈빛은 세상의 번화를 꿰뚫어 보는 결정체 같아 보였다. 가만히 앉아 있는 그녀는 화장을 전혀 하지 않았고, 한 손으로 탁자의 가장자리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분명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마치 상대의 마음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심장 박동도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가볍게 뛰었다.

당염원은 눈을 가볍게 깜빡거렸다. 이 사람의 외모나 자태는 모두 고석안과 닮아 있었지만, 풍겨 나오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혼이 바뀌었다. 지금 저 몸속에 있는 혼은 바로 고석안의 몸에 숨겨져 있던 요기(妖氣)의 혼이었다. 또한 당염원이 지하 제단 잔혼들의 기억 속에서 본 사람이었다. 사릉회인이 ‘가야’라고 부르던 그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