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6화. 총알보다 빠르게
“자, 보보야. 오빠가 가져온 포도 좀 먹어.”
확성아를 쫓아내는 데 실패한 혁연낙군은 더는 그녀를 상대하려 하지 않고 손에 든 포도를 보보에게 건넸다.
보보가 건곤주머니에서 네모난 천을 꺼내 바닥에 깐 다음 자리에 앉았다.
혁연낙군은 이런 모습에 진작 익숙해진 뒤였다. 그는 보보의 옆에 앉아서 그녀를 위해 직접 포도 껍질을 벗겨 주었다.
확성아는 멍하니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작은 머릿속에서는 보보가 대체 옷 속 어디에 저 천을 숨겨 두었던 걸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옷이 불룩한 부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말만 하면 바로 튀어나온단 말인가?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냉정하던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다른 사람처럼 변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지금 혁연낙군은 아주 좋은 오빠의 모습이었고, 심지어 직접 보보를 위해 포도 껍질까지 까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