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0화. 진지한 사람이 지는 놀이 (3)
막 무슨 말을 하려던 사릉무사의 속눈썹이 갑자기 펄럭였다. 그리고 눈동자에 한 줄기 웃음기가 반짝였다.
오, 아주 딱 맞춰 왔네. 하필 그 재수 없는 성자가 떠난 후에야 오다니, 하늘마저 날 돕고 있는 모양인걸?
걸승의 재능은 특이하고 특별했지만 사릉무사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사릉무사의 천부적인 재능은 걸승과 비견할 만했고, 심지어 천도를 거스를 만큼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그래서 걸승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일정 범위 내에서라면 다른 사람의 접근을 느낄 수 있었다.
다가온 사람은 다름 아닌 무령이었다.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하로부터 사릉무사와 영서가 동쪽 숲으로 갔다는 말을 들은 그녀는 걸승의 존재, 그리고 두 사람의 신분을 떠올렸다. 그래서 바로 이리로 달려온 것이다.